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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치유, 그 영원한 가족이란 굴레 - 프로즌 파이어-

프로즌 파이어 1프로즌 파이어 1 - 10점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다산책방

"정말 중요한 수수깨끼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더스티의 가족은 더스티의 오빠인 조쉬가 행방불명되면서 완벽하게 바뀌었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극심한 고통과 혼란 속에서 결국 집을 떠났고, 사랑하는 부인까지 잃은 아빠 역시 직장마저 잃고 방황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더스티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마저 흔들리는 와중에, 자신마저 정신을 놓아버릴 순 없었다. 고작 열다섯이었던 더스티는 흔들림 없이 강인하게 마음을 다잡았고, 허물어진 가족의 끈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혼란한 아빠는 강인한 딸을 보며 마음을 잡았고, 자신을 버린 아내를 떠나보내고, 자신을 떠난 아들도 떠나보낼 수 있었다.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낸 아빠가 마음을 다잡는데는 2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때쯤 '소년'의 전화가 더스티에게 걸려왔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듯한 소년과의 대화 속에서 더스티는 행방불명된 오빠인 조쉬의 흔적을 느낀다.

자신의 생각을 읽기도 하고, 뭔가 안좋은 소문들이 있으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하얀 소년.

온몸이 눈처럼 하얗고, 눈동자와 머리칼마저 하얀 이 소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며, 과연 더스티의 오빠인 조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일원이 된다.

혈연이라는 단순하고도 질긴 이 조합은, 수많은 감정들이 얽히고 설켜 구성원 한명 한명의 인생속에 깊이 자리한다.

그래,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족간의 사랑 역시 여느 사랑과 마찬가지고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더스티의 오빠인 조쉬에게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항상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고집불통에, 문제아였던 아들 조쉬. 하지만 가족 모두 그를 사랑했다.

이것이 가족간에 가지고 있는 혈연이라는 이름이자,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이다.

아무리 자기를 속이고, 마음에 상처를 주고, 끊임없이 뒷치닥거리를 하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식을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다.

그 대상이 오빠나 동생과 같은 형제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속을 썪혀도 자식은 자식, 오빠는 오빠, 자매는 자매이니까.

단순히 미워하고 버릴 수 있는 대상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극도로 미워하게 되어도, 진심으로 버릴 수 없다. 진심으로 내칠 수 없다.



하물며, 더스티는 오빠인 조쉬를 사랑했다.

하지만 조쉬는 더스티에게 단 한마디만을 남기고 세상에서 꺼져버린 듯 눈 앞에서 사라졌다.

"미안해, 꼬마 더스티. 잘있어, 꼬마 더스티."

더스티는 사랑했던 오빠를 잃어버린 즉시,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다. 상처가 있는 자리를 덮고 덮어버렸다.

마치 상처받지 않았던 것처럼, 상처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잊고 싶었을 것이다.

꼭꼭 덮어두고, 잃어버리면 언젠가는 정말 다 나아서 깨끗해지겠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스티의 아빠와 엄마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것을 자꾸 들여다 보고, 순간적으로 더욱 큰 고통을 주는 치료를 감내하는 동안에 더스티는 상처를 숨기고 외면해 버렸다. 그것이 더 큰 독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어린 더스티는 전혀 알지 못했을테니까.

아빠와 엄마가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동안 더스티는 오빠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

왜?

왜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까?

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사람은 태생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외로운 존재이고, 외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때문에 사람은 끊임없이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한다.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계속해서 잊지 않으려 한다.

외로움을 잊는 가장 쉽고도 편한 방법을 자기 자신을 잊는 것이다.

자신을 잊고 남을 바라본다.

타인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신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사랑이란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랑을 잃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잃는 순간 외로움은 새삼스럽게 다가오게 된다.

극도의 소외감. 고립감. 고독감. 외로움.



이 작품은 그렇게 사랑을 잃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외로움을 깨치고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팀 보울러 특유의 숨막힐듯 치밀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속에서도 아주 압권이다.

시종일관 호흡을 가쁘게 만들고 끊임없이 독자들을 몰아치는 서술법은 초자연적이고 조금은 호러틱하기까지 한 '소년' 의 신출귀몰한 행태와 더불어 상당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언젠가는 그 사랑을 잃는다.

어떤 식으로든 사랑을 잃는 과정은 큰 상처를 남기고 고통을 받는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누구나 다 겪는 상처와 고통.

하지만, 잊지 말기를.

그 어떤 상처와 고통들도 다 지나가리라는 것을.

어쩌면 나도, 당신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http://fireflag.egloos.com2010-06-27T08:44:42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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