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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상력, 캐릭터, 거기에 기술력까지 조화된 최고의 작품!! 熱血映畵記열혈영화기

업 - 10점
밥 피터슨, 피트 닥터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언제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정말 많은 배울점과 자기반성, 수많은 모티프를 주곤 했다.

'업' 역시 완벽한 작품이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 이다. 그리고, 관객을 얼마나 깊게 이야기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리라.
언제나 그랬지만, 픽사가 창조해내는 인물들은 소름끼칠정도로 리얼하다.
단지 기술력으로 인한 리얼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에게는 그들의 역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역사로 인해 갖게되는 고민, 고뇌, 갈등, 아이러니, 컴플렉스. 그런것들이 자연스럽게 행동과 성격을 통해 드러난다.
즉,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일관성있는 캐릭터들을 창조해낸다. 보편적이지만 식상하지 않은, 누구에게나 '아 저건 난데?' '아 저건 내 옆의 저 친구인데?' 라고 무릎을 탁 칠만한 평범하고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업' 의 완고한 할아버지 '프레드릭슨' 과 정 많고 귀여운 소년 '러셀' 역시 우리 할아버지 같은, 옆집 똘똘한 꼬맹이 같은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 둘이 이루어가는 앙상블은 정말이지 완벽하다!!
사고치는 꼬맹이와, 뒷수습하는 할아버지의 듀엣이라니. 거기다가 상상을 현실로 뒤바꿀만큼 놀라운 픽사의 기술력도 한 몫 한다.
이미 '몬스터 주식회사' 의 괴물들의 피부와 털 표현을 통해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준 바 있던 픽사는 이번에도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선과 공중 액션, 그리고 풍부하고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는 얼굴 표정들을 보여줌으로서 자신들의 기술이 진일보 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것들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출과 만화적 상상력들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물론 전반적은 플롯은 단순하다. 100분에 지나지 않는 시간동안 주제의식을 확실히 전하고, 캐릭터들을 또렷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단순한 플롯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단순한 플롯 속에서 얼마나 풍부한 내러티브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이 점에서도 픽사의 이야기꾼들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을 떠난다.

+왜 떠나는가?
프레드릭슨 할아버지의 일생을 오프닝 10분여동안 함축적이고도 보편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뚜렷히 보여준다. 이야기의 극 초반부터 확실하게 프레드릭슨이라는 한 인물의 성장배경과 성격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준다.
프레드릭슨의 이 뚜렷한 성격이 이 짧고도 긴 여행에 가장 뚜렷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잡게 된다.

+어떻게 떠나는가?
그의 뚜렷한 성격은 여행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애착을 가져왔던 집과, 사랑하는 아내 '엘리' 와 주고받았던 풍선메시지를 통해 '집' 과 '풍선' 을 활용한 탈것 역시 당위성을 획득한다.

+누구와 떠나는가?
경로봉사 기장을 따야 하는 귀여운 소년 러셀. 밝고 구김살 없어 보이지만, 깊은 곳에 부성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소외감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러셀은 순수함을 잃은 노인과 동행하면서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이가 없는 프레드릭슨은 가족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고, 가족을 잃은 상처가 있다. 그리고, 너무나 바빠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빠의 아들인 러셀 역시, 아버지와 함께 놀던 어린시절의 갈망과 부성애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둘은 엄청나게 넓은 시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밖에 없다.
서로의 빈 곳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인과 아이는 많은 작품들에서 흔히 쓰여지는 페어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는가?
어린시절부터 목표로 삼았던 '파라다이스 폭포' . 이 폭포는 말 그대로 '천국' 을 의미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 '엘리' 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는 그들에게, 그들의 삶 최후의 안식처이다. 꿈이고 목적지이며, 깨달음이다. 그와 동시에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아내를 잃은 프레드릭슨은 더이상 삶에 의미가 없다.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나는 그의 마지막 여행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아직 삶이 창창하게 남은 어린 소년 러셀이 끼어들면서 목표는 '죽음' 에서 '삶' 으로 변화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편안한 최후의 안식을 바랬던 프레드릭슨의 여정은, 러셀의 개입으로 조금씩 방향이 변하게 되고, 숲속의 아름다운 거조巨鳥인 '캐빈' 을 만남으로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숲속의 사냥꾼으로 변질된 '찰스 먼츠' 와 그로부터 자신의 삶과 새끼들을 보호해야 하는 캐빈은 온전히 '삶' 쪽으로만 그 방향을 잡고 있다. 찰스 역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의 삶은 욕망으로 오염된 그릇된 모습의 삶이다.
프레드릭슨은 러셀과 캐빈에게 영향을 받고, 욕망을 상징하는 찰스 먼츠를 처단한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찰스를 따르던 많은 개들 속에서 유일하게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왕따 강아지 '더그' 의 도움을 받아, 죽음으로 향하던 방향타를 되돌린다.


결국 프레드릭슨의 방향은 '평안한 안식' 을 향했으나, 숨까쁜 고난을 거치고, '삶' 으로 되돌아 온다.

그리고, 그의 삶은 분명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언제나 픽사의 작품들은 깜짝 놀랄만한 통찰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특히 이 작품의 백미는 초반 10여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드릭슨이 엘리와 만나고, 삶을 살면서 늙어가는 모습을 함축한 10여분의 오프닝은 가슴이 저릴정도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인간의 삶' 을 정리한다. 기쁨과 슬픔이 온갖 교차되는 인간의 삶. 문득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언제나 픽사의 작품들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오프닝 전에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공개된 'Partly Cloudy' 라는 작품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학들이 아기들을 보따리에 넣어서 굴뚝으로 내려준다는 오랜 전래동화에 근거한 애니메이션으로, 하늘에 많은 구름들이 형태를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는나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다른 구름들이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 강아지, 양, 사람 등의 아기들을 만들어서 학들에게 들려줄때, 한 못생긴 구름은 악어, 큰 뿔을 가지고 있는 염소, 날카로운 가시의 고슴도치등을 만들어 낸다.
당연히 그 먹구름에게 아기를 받아가는 학은 언제나 큰 고생을 한다.
결국 그 학은 예쁜 아기들을 만들어내는 다른 구름에게 날아가고, 먹구름은 크게 실망하여 엉엉 운다.
하지만, 잠시 뒤, 다른 구름에게 날아갔던 학이 다시 먹구름에게 돌아오는데, 풋볼에 쓰는 튼튼한 헬멧과 바디 프로텍터를 차고 있다.
학은 당당한 표정으로 문제 없으니 아기들을 달라고 하고, 금방 다시 환한 표정으로 밝아진 먹구름은 아기를 만들어 낸다.
뜻밖에도 이 아기는 무려 전기 뱀장어...ㅋㅋㅋ

5분정도 하는 아주 짧은 이야기였지만,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작품이었다.
진정 '이야기' 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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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ireflag.egloos.com2009-08-23T16:27:0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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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4/10 11:4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공주 지원 2010/08/02 15:45 # 삭제 답글

    참 좋은 글이에요...
    고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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